속리 기린초
김주희(보은 이평)
2003-06-14 보은신문
백과사전에 속리산서 자생한다고 지은 이름으로 속리 기린초가 올라있다. 속명은 sedum zokuriense이며 sedum은 라틴어의 sedes로 앉는다 또는 자리 라는 뜻이다. 우리 나라에 기린초는 총 16가지가 있는데 개화기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비채라하며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전에 속리 기린초의 뿌리줄기는 끝이 목질화하여 굵어지고 끝에서 뭉쳐나며 높이 10∼18cm로 자라며 밑 부분은 적 자색이 돌고 선과 잎이 어긋나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 또는 주걱형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고 잎자루는 길이 2∼3mm이며 갈수록 작아져서 비늘잎 같이 된다.
꽃은 6∼7월에 피고 황색이며 원 줄기 끝에 산발꽃치래라 적혀있다. 돌 위에나 마사토 건조한 곳에 자라고 번식은 씨나 개화기때 꺾어서 한다.
우리나라에 속리산과 군자산 추자도에 자생하는 것으로 나와있는데 가까운 삼년산성에도 많이 자생하고 속리산보다 지대가 낮아서 일찍 피기 시작하였다. 기린초 중에도 가장 아름답고 색이 진하고 뛰어나 보면 볼수록 예쁜 속리 기린초이다.
금년은 봄 비가 잦고 수세도 좋아 앞으로 2∼3년만 이대로 번식하면 삼년성 허물어진 곳이나 성한 곳을 거의 바위손과 속리 기린초가 장식을 하여 기린초 개화기는 한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삼년산성을 자주 찾아오시는 분도 풀과 섞여 있거나 성 가장자리나 밑에 있어서 잘 알지 못하고 야생화에 조예가 있는 분이라야 알 수 있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덕으로 현재같은 군락지가 조성되게 되었다. 꽃이 활짝 ,피면 성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같다.
금년은 가장자리 풀이나 뽑아주면 좋은 구경을 하겠다고 가슴 부풀어 아침 저녁으로 산성을 오르는 중에 5월20일 한 두곳 기린초가 마른 것이 있어도 깊은 관심을 갖지 않았고 21일은 몇포기가 같은 현상이라 꺾어 보았으나 알 수 없어 그냥 지나쳤다. 22일은 여러 포기가 상하여 자세히 보니 잎에 균이 감염되어 죽는 것이었다. 샘풀을 채취하여 지도소에 문의하고 직원과 같이 현장을 답사한 후 약 처방을 받아 속히 살포하려 하였으나 인부를 얻지못해 하루를 보냈다.
23일 금요일 아침 산성에 올라보니 병균에 많이 감염되었고 죽는 것도 많아 이대로 며칠가면 전멸할 것같아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조급한 마음이 되었다. 아끼고 살피며 정주고 가꾸는 속리 기린초가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농약 기계를 구해 놓고 군청 삼년산성 담당 부서에 상의하니 시큰둥한 반응이다. 군에서 하기 바라다 죽이는 것보다 자비로라도 하는 것이 나을것 같았다. 설상가상 내일 하기로 약속한 기계 가진 분이 시간이 없어 못하겠다고 연락이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오후 한말들이 농약통을 갖고 성으로 갔다.
혼자 보은사에서 약을 타 둘러메고 성을 오르며 몇통을 하고나니 힘이 붙인다. 마침 삼년산성 삼림욕장을 관리하는 농림과 공원팀 직원이 올라와 상황을 보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인부가 나오지 않아 월요일에 와서 해 주겠단다. 같은 군청 공무원인데 해당과 사람은 병들어 죽어간다 하여도 올라와 보지 않고 직접 관련이 없는 부서 직원은 상황을 보고 놔 두어서는 되지 않겠기에 자기 소관일을 미루면서 먼저 도와준다니 이보다 고마울 수 없었다.
얼마전 삼년산성 삼림욕장 야생화를 보은 라이온스 회원이 심을 때도 우리 회원이 오기 전에 솔선하여 괭이를 들고 야생화 심을 자리를 다듬어놓아 라이온스 회원이 와서는 쉽게 심었으며 다심고 난 후에는 묵묵히 물을 준 장덕수씨다. 월요일까지 미룰 수 없어 24일혼자 북쪽에도 약을 하고나니 몸은 지쳤으되 마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25일은 다행히 비가와 가뭄을 해소하여 주었고 26일 월요일 날이 밝자 산성에 올라 약을 한 기린초를 보니 싱싱한 모습으로 맞어주어 기쁘기 한량없다. 남은 구간 약을 계속하는 중에 농림과 공원팀에서 사람을 4명 보내주어 일찍 마칠 수 있었다. 약은 다 하였으나 매체 나무를 발견하여 제거하는 일이 남았는데 허물어진 성 비탈을 다니며 풀과 나무를 깎기가 나에게 부담이된다. 속히 풀과 나무를 제거하여 주었으면 한다. 성에는 부처손과 속리 기린초가 많고 쑥부쟁이, 오이풀, 고강나무, 큰땅비싸리 참나리, 조팝나무, 털중나리, 뻐꾹채, 그 외도 몇가지가 성벽 위와 옆에 자생하고 있다. 그중에는 부처손과 속리 기린초가 잘 분포되어 몇년만 관리를 잘하면 한국의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부처손만 하여도 전문 채취꾼이 여러번 왔으나 더러는 심한 다툼을 하면서 둘려보내어 가꾸어 놓은 것이다. 이제는 나 혼자의 힘으로 돌보기란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금년들어 군락지 범위가 넓어진데다 기린초 꽃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이 알게 되니 더 이상 숨겨놓고 있기는 어려울뿐 아니라 한순간 잘못하면 몇년 기른 것이 헛수고가 될 수 있어 속리 기린초가 있다는 것을 여러사람이 알고 서로 돌보는 것이 낫지않을까 생각돼 알리는 것이다.
삼년산성을 복원하고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찾아 오시는 분과 단체 탐방온 학생들이 역사를 배우고 선조의 유적을 잘 관찰할 수 있게 성곽을 관리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잡목과 풀이 우거지고 성곽을 파고드는 칡넝쿨을 놔두는 것은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 하는 것이다.
삼년산성을 아끼는 사람들. 아침 저녁으로 성을 자주 찾으시는 분. 자연과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돌봐 부처손과 속리 기린초가 잘어울어지면 꽃길을 걷는 마음으로 성을 둘러 볼 수 있을 것이다. 속리 기린초는 우리군의 브랜드로 장려할 가치가 있고 상품화 하면 보은군의 특산품이 될 수 있는 야생화이다.
삼년산성 전체에 잘 번식시키는데 관심과 성의만 있다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짧은 기간내 할 수 있다.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훼손시키지 않는 것이다. 한 포기 갖고싶은 욕심이 나더라도 70세가 다 된 사람이 농약통을 둘러메고 높은 성을 올라 다니며 약을 하여 살려놓은 것을 생각해 밟거나 꺾거나 캐가지 말고 제자리에서 잘 자라도록 돌봤으면 한다.
몇년후 온 성을 덮을 만큼 번식하여 꽃이 필때 가족과 사랑하는 자녀분과 같이 와서 삼년산성의 역사도 알려주고 속리 기린초도 보여주기 바랍니다. 부처손과 속리 기린초가 어우러져 잘 단장된 성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랑거리요, 내집 정원을 돌보듯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보은 주민이 가꾸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