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안식원의 쓸쓸한 어버이날
"손주 녀석들이 보고 싶소" 눈시울
1996-05-11 송진선
그러나 기자를 맞은 안식원의 공기는 썰렁 그자체였다. 군내 기관단체는 물론 봉사단체 회원들도 그들에게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노인들은 이제나 저제나 자식이 올까 밖에 나와 서성이고 아예 체념한 듯 장기를 두고 시간을 죽이고 있는 노인들을 보는 순간을 울컥 눈물이 솟았다.
겨우 가슴 한편에 안식원직원들이 달아준 붉은 카네이션만이 그래도 오늘이 어버이날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할 뿐이었다. 이미 그 노인들에게 어버이 은혜는 죽어있었다. 청주에서 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아침에 아들과 며느리가 다녀갔다고 기억을 되새겼지만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말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손자들이 보고싶어 죽겠는데 정을 떼려고 그러는지 자식들이 영 데리고 오지않아" 재롱을 부리던 손자들을 떠올리는지 먼산을 바라보는 이 할아버지는 하루하루 한을 가스에 쌓아놓을 것 같았다. 우리들 누구나 언젠가는 우리들이 모시기 귀찮아하는 그런 노인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