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은의 공무원이다
제명희(행정7급)
2003-05-31 보은신문
처음 공직사회에 입문하면서 나에게는 세가지의 목표가 있었다. 나를 항상 달리게 하는 그런 목표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중 하나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하나마저도 완전하지 못한 채 버려져 있다. 교육을 마친 지금 잃어버린 그 하나의 목표를 다시 세웠다.
많은 강의와 교육을 받았지만 내가 공무원 신분으로 받은 교육 중에서 이렇게 큰 뜻을 갖게 해주는 교육은 없었다. 교육기간 내내 수많은 기업이나 회사에서 이 교육을 받을텐데, 너무 소극적일 경우 공무원은 별수 없구나, 더구나 보은이라는 산골에서 왔으니, 하는 인식을 남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익숙하진 않지만 적극적이고 바른 자세로 교육에 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다. 두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자가 일본까지 가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고 혼자 자가용을 설계해서 운전면허를 습득하는 박재현군의 일기이다. 그동안 아무런 노력도 없이 포기한 나의 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바닥을 볼 수 있는 자만이 박차고 일어나 더 높이 솟아오를 수 있다는 진리를 확인했다.
꿈은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 이루어지는 것을 두 번째는 나, 너 게임에서 주는 교훈이었다. 우리가 모두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먼저 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잃어야 상대방이 얻고 상대방이 잃어야 내가 얻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꽉 사로잡혀 있던 내 사고에 일침이 가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모두는 한팀이었던 것이다. 내가 마음을 열면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커다란 진리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결과를 먼저 확인할 수 있어야만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는 범위에서 도전하고, 나에게 돌아올 것이 있어야만 일을 하는 그동안 나의 부끄럽던 자세... 그리고 쉽게 결과에 끌려 다니고 일희일비하던 정말 부끄러운 모습이 참으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교육을 마치고 차에 올라 뒤돌아보니 큰 깨달음을 준 거대한 산은 그곳에 우뚝 서있고, 이제 돌아와 다시금 그곳을 생각해본다.
또다시 부끄럽게도 나는 그다지 변해있지 않았다. 작은 일에 또 절망하고 먼저 포기하고, 절대로 앞서나가지 않으며 마음을 여는데 망설이고 있었다. 정말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지만 우린 아주 잠깐 별세계에 다녀온 것 뿐이라고... 모두들 그렇게 말하고 쓸쓸히 돌아간다. 예전처럼. 마음이 아프지만 현실은 이상과 아주 다르다고. 우리는 이상의 세계를 아주 잠깐 경험하고 온 것일까. 수많은 모든 것을 바꾸어 갈 수 없지만, 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보은지역을 대표해야 할 공무원으로써 또 나 개인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을 다시 목표로 세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 다시 뛰자고 다짐했다. 나는 이 지역 안에서 멈춘 목표가 아니라 더 넓은 곳에서 더 나은 사람들과 경쟁할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나는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묵묵히 이겨나가리라 다짐한다.
꿈이 있는 자여 땀을 흘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