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삼년산성 축제·동학계승 한마당 행사 예산관련 의결

신설 축제, 개최만이 능사는 아닌데…

2003-05-31     송진선
보은군의회가 올해 신설되는 축제예산을 전액 반영했다. 소위원회에서 넘어온 예산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전체 의원들간 난상토론이 벌어졌으며 5대 5까지 찬반이 나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1회 하는 것 한 번 보고 아니다 싶으면 내년에는 예산 의결을 안하면 될 것이고 또 이 것 저 것 벌린 축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가까스로 예산이 통과됐다.

하지만 군이나 군의회나 모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도대체 축제가 뭔데 하며 반문할 수도 있으나 축제는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얼굴이 된다. 더욱이 축제는 관광상품으로 가치가 높아 자치단체마다 대표적인 축제 개발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잘 알려진 청도의 소싸움 축제, 함평의 나비축제, 춘천의 마임 축제, 봉화 송이축제, 강릉의 단오제, 제주의 들불제 등 축제만 거명하면 어느 지역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이처럼 축제는 아주 중요하다.


축제 인프라 조성이 우선
우선 1회 한 번 해보고 안되면 말고 하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문제다. 첫 단추를 이번에 꿰면 내년에는 다음 단추를 꿰어야 할 것이고 또 그 다음에도 단추는 채워야 한다.

그렇게 횟수를 채우게 된다. 올해로 26회 째인 속리축전을 개최하지만 그동안 농사짓느라 바빴던 농부님들 하루 일손 멈추고 나와서 돈 좀 쓰시오 하는 축제를 첫 단추 꿴 이래 수 차례 축제 개선 논의가 있어왔지만 매 회 행사는 계속되는 전례가 있다. 삼년산성 축제와 동학계승 한마당 행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구성할 소프트웨어적 상품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드웨어적 기반 조성이 크게 미흡한 채 우선 하고 보자는 식어서는 절대 안된다. 더구나 속리축전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뚜렷한 테마를 갖는 축제를 개최해 문화관광부의 우수 문화축제로 지정받는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진행되는 것이어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준비 철저로 성공한 사례
지역별, 아니면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문화관광축제를 살펴보면 그 지역의 특색을 읽을 수 있고 또 축제를 위한 우선 기반이 조성되어 있다. 청도의 소싸움 축제는 과거의 것을 승계해 현재까지 발전을 거듭, 관광축제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이고 춘천의 마임 축제, 함평의 나비축제는 성공한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나비축제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올해 함평군은 나비 축제 예산으로 5억2000만원을 편성, 5월3일부터 9일까지 집행했다. 예산 규모만으로도 보은군과 비교하면 기절할 노릇이다. 과연 보은군은 단일 축제에 이 정도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배짱있는(?) 공무원이나 의원이 있을까도 의문이긴 하다.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기획한 것은 민선 2기 현 이석형 군수가 취임 하면서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방송국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이 군수는 당시 인구 4만명 남짓, 1차산업의 비중이 71%정도, 재정 자립도 12%대, 변변한 관광자원 하나 없는 상태에서 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의 농업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시작했고 그 결정체는 나비축제로 탄생됐다.

보은군 보다 사정이 별반 나을것이 없엇고 1년 전체 관광객해야 50만명도 안되는 지역이었다. 축제를 위해 기반 조성으로 버려진 하천 둑이나 쓸모 없어 보이는 경사지, 아무렇게나 버려지던 곳곳에는 대규모 자운영과 유채꽃, 무, 갓을 심고 행사장 4만8500여평에는 유채꽃과 자운영, 매발톱꽃, 할미꽃, 금낭화 꽃으로 수놓은 초대형 나비문양의 꽃밭을 조성했다.

또 총 43억원이 투입되는 곤충 생태관을 시설 나비 서식 환경 조성을 위해 각종 수목과 지피식물을 심고 수서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수생연못 3개소와 계류, 영상물 관람시설, 전망대 등이 들어섰다. 이와함께 호랑나비 9종과 흰나비과, 네발 나비과, 뱀눈 나비과 각 4종, 팔랑나비과 2종, 수서 곤충 8종, 어류 5종 등을 비롯해 나비와 곤충이 전시됐다.

또 사라져 가는 우리 꽃을 증식, 복원하기 위해 우리 꽃 생태 학습장 조성 및 생태 연못도 설치하는 등 사계절 자연 학습장과 생태관광을 할 수 있는 자연 생태공원 조성 사업을 벌인 것. 이같이 친환경 지역 이미지를 심어주는 나비 축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함평군은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했다. 공무원들 조차도 많고 많은 소재 중에 왜 하필 나비냐며 차라리 유채꽃 축제를 하자는 여론을 뒤로하고 친환경이고 농업도 살리는 이미지에 부합해 탄생된 나비축제는 1회때부터 대박이 터졌다.

서울이나 광주 등 출향인만이라도 와줬으면 좋겠다며 맘을 졸였던 1회때 이변이 속출, 함평에 가스가 떨어지고 주유소의 기름이 바닥났고 휴대폰이 불통되고 광주∼목포간 도로가 막혀 헬기가 뜰 정도로 60만명이 다녀가는 대성황을 이뤘다. 전국의 수많은 축제가 널려 있지만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보은군에서도 보기 힘든 수만 마리의 나비가 대자연속에 자운영과 유채꽃 사이로 넘실대는 모습은 콘크리트에 갖혀 숨막혀 하는 도시인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석형 함평 군수는 매일경제신문이 선정한 성공한 CEO 지방자치단체장에 선정됐고 각종신문과 방송에서는 함평군의 분발을 모범 삼자라는 사설이 등장하고 있다. 함평이 나비를 통해 청정지역으로 알려지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활용한 부가가치도 높게 나타나 함평 나비쌀이나 한우 등 함평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판매가 증가하고 나비를 모티브 삼은 ‘Nareda(나르다)’라는 브랜드는 문화상품으로 뜨는 등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

특히 나르다는 2002년 청와대, 환경부, 광주시 의전 상품이고 조달청 지정 문화상품으로 등록돼 넥타이, 스카프, 손수건 등을 납품하고 있다. 함평군이 꽃과 나비라는 생소하지 않은 친근한 아이템이 지역발전의 모티브가 된 것이다. 올해 5월3일부터 9일까지 함평읍 수변공원 일대에서 열린 5회 나비축제는 학생들의 봄 소풍지로, 공휴일에는 가족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등 호남권은 물론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권 관광객이 찾아 200만명 이상이 찾았다.

행사기간 동안 관광객 숙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에 소재한 160여개 마을회관 중 50개소를 정해 행사시 민박장소로 활용했다.
마을회관은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또다른 관광상품이 되었다. 미꾸라지 잡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보리 완두 그스름, 나무 곤충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등 각종 체험 행사장은 흥미로운 세계를 직접 체험해보려는 어린이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장수 풍뎅이, 나비 모자이크 공예품, 누에, 황토염색 제품 등 군민들이 축제 현장에서 직접 판매한 상품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함평군에 따르면 나비관 입장권 판매 수입이 3억8000만원, 나르다 상품 판매금액이 9000만원, 기타 부스 임대료 수입 등 군이 거둬들인 직접 수익만 약 5억원에 달했다는 것. 음식이나 숙박, 농산물 판매 수입, 주유소 기름 판매, 기타 슈퍼 잡화 판매 등 지역 주민들이 거둬들이 민간 수익까지 합하면 어머어마 하다.

게다가 환경부로 부터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돼 환경군의 위상까지 재확인했다. 함평군이 이같은 성공을 가져오기까지 차별화된 테마와 일관성, 축제와 지역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등 철저한 준비 즉 기반조성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이고 해마다 나비축제는 질적 성장을 계속해 관광객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99년 군민의 날과 농업제를 통합해 대나무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담양군도 기반조성에 심혈을 기울인것은 마찬가지이다.

5월2일부터 5일까지 3일동안 국내외 관광객 90만여명이 몰렸다. 담양군은 축제를 위해 5만여평에 죽녹원이라는 대나무 밭을 조성했다. 관광객들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5만여평의 대나무 밭을 거닐며 죽로차를 마시고 죽림욕을 즐겼으며 죽제품 제작 체험, 죽순요리 체험, 전통 대통술 만들기 체험, 대나무 뗏목타기 체험, 대숯 천연염색 체험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

담양군은 내년부터 축제 기간도 연장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대나무 축제의 세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에서 열거한 함평군의 나비축제와 담양군의 대나무 축제를 지역에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 끝에 큰 결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에서 거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은군의 현재는 어떤가. 올해 보은군은 속리축전 외에 말이 많았던 삼년산성 축제, 동학계승 한마당이라는 축제가 개최된다. 그러나 삼년산성은 이제 본격적인 보존관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내 최고(最古)의 성이라고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너무 취약하다. 국내 최고의 성을 우리지역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만의 자부심이다.


철저한 준비과정 아쉬워
성 축조술 등은 사학자나 건축가들의 흥미를 끌고 관심은 촉구될 수 있을 지언정 일반 외지 손님들을 흡인할 수 있는 요소는 되지 못한다. 동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보은 장안에 ‘동학 제2의 집강소’가 설치됐다고 국사 교과서에 수록이 되어 있지만 지금 보은 장안에는 그 곳이 취회지였음을 알리는 안내판이나 홍보 문구 하나 없다.

유물하나 확보하고 있지 못한 집단 매장지에도 역시 안내판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제 겨우 동학 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을 위해 터파기를 하는 정도다. 그나마 문화운동 단체인 아사달에서 취회지와 집단 매장지 가는 길목에 장승 2기와 솟대 등을 설치, 이곳이 동학 농민혁명의 유적지임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주민을 동원(?)해서 개막식을 치르는 것과는 달리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고 다른 지역의 경우 이벤트사에 거의 대부분을 맡겨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무대시설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템은 모두 군에서 토론과정을 거쳐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이템을 찾고 있다는 함평군 관계자들의 즐거운 비명과 함께 사전 철저한 준비과정을 우리도 곱씹어볼 만하다.

성공한 타 지역의 우수성을 배워 가장 보은 적인 것으로 전국화 할 수 있고 세계화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 또 성공한 행사를 위해 한 템포 쉬고 손님을 맞이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예산 의결과정을 보면서 가장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