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깡통에 대한 단상

구금회(보덕중학교 교사)

1996-04-06     보은신문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고부터 앞 뒷집 여기저기서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자욱하다. 종량제의 취지가 쓰고 버리는 살림을 재활용하고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을 줄여보자는 데 있다면, 농촌지역의 경우 마당 한켠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은다든지 타는 쓰레기를 배출량이 줄어들 것만큼은 틀림 없다.

그러나 그 태우는 냄새만 썩 유쾌하지 못하다. 내가 사는 곳도 말이 농촌이지 생활양식이나 쓰레기 발생과 내용물을 살펴보면 이미 도시화의 범주에 편입된지 오래이다. 우리 현대인의 생활은 지역과 경제구조를 넘어 도시와 도시 주변부의 삶만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쓰레기 내용도 도시의 소비양식을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이젠 산과 들 어딜가나 마구 버린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빈 병으로 눈에 넘친다. 동네 골목길을 떠도는 매캐하고 유독한 공기의 정체가 생활에서 나오는폐비닐류와 일회용플라스틱용기를 아무곳에서나 함부로 태우는데서 나오는 매새라면 종량제 실시 본래의 취지가 잘못 운용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타오름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를 갖고 있다. 무엇인가 태우고 있는 냄새가 연기나 게절과 생명의 끊임없는 순환을 환기 시킨다.

오늘날 주거양식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아궁이는 생명력의 발현으로서 불을 저장하고 관리하던 소중한 기억의 공동체이다. 우리는 때때로 추억속 활활한 아궁이 앞에 나아가 환한 빛과 따뜻한 공기를 세상에 던져놓고 사라져 가는 사물을 통하여 끊임없이 삶을 정화 시킨다. 우리는 그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