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부채 31년만에 감소

지난해 가구당 1989만원, 시설투자 하지 않아서

2003-05-24     송진선
농가부채 규모가 31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농업생산 시설부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 부채가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2 농가경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 가구당 부채액은 1989만8000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2.3% 줄어 2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농가부채가 감소한 것은 1971년 이후 처음으로 채무상환용 자금 차입금이 -10.9%, 가계성 자금 -2.5%, 생산성 자금 -1.7%씩 각각 감소한데 따른 것이나 특히 농지, 시설물 등 생산시설 투자에 따른 부채의 감소가 전년보다 -9.4%에 이를 정도로 감소 폭이 특히 컸다.

이같이 농업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젊은 영농인력의 감소로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농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농산물이 판로의 어려움, 가격이 안정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농가의 단기상환 능력 지표인 현금, 예금 등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53.6%로 전년보다 9.4% 낮아져 재무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빚이 줄어든데 비해 농가소득은 이자하락 등 농업 경영비가 -2.8% 감소하고 직불제 보조금을 비롯한 이전 수입이 23.7%가 늘어나는 등 2447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2.4%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출은 고령화에 따른 교육비가 감소하는 등 3.2%가 감소한 1785만8000원에 그쳤다. 이에따라 총 소득 중 조세, 부담금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에서 가계비 등을 뺀 순수 농가 잉여금이 579만4000원으로 20.2%나 늘어났으며 토지를 제외한 농가 평균자산도 5.8% 늘어난 8733만6000원을 기록했다.

영농형태별 농가소득은 특작농가가 3329만4000원으로 가장 높고 축산농가 3151만2000원으로 그 다음을 보였고 과수농가는 2973만5000원, 채소농가 2349만7000원, 화훼농가 2603만7000원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농가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논벼농가의 소득은 2022만5000원으로 평균 농가소득인 2447만5000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전작 농가의 소득은 1657만4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부채 비율은 소득이 낮은 논벼농가와 전작농가가 낮게 나타났고 소득이 높은 화훼농가, 특작농가, 채소농가가 높게 나타났다.

경지 규모별 소득·부채현황을 보면 0.5㏊미만 농가의 소득이 2008만8000원인데 비해 5㏊이상 농가의 소득은 5108만7000원으로 2.5배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각각 66.6%, 143.1%로 큰 차이를 보여 경지면적이 큰데 비해 소득 증가폭은 낮고 빚 부담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주의 연령층이 낮을수록 부채비율이 높았는데 30∼39세는 4736만5000원, 40∼49세는 4017만8000원, 50∼59세 2522만2000원, 60∼69세 1308만6000원, 70세 이상 597만7000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농가가 소득은 2947만5000원, 자산 1억9832만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 농가의 19%가 넘는 70대 이상 고령농가의 소득은 50대 농가 소득의 절반 수준인 1449만2000원에 불과해 농촌의 고령화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