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맛을 지켜온 40여년
옥천식당 욕쟁이 할머니 김수예씨
1990-11-24 보은신문
소머리뼈를 오래 삶아 구수한 국물을 내어 여기에 고춧가루를 풀고 파를 굵직하게 썰어 넣어 말아놓은 국밥 맛의 기막힘 때문만이 아니라, 국밥 그릇 속에 고향 어머님 같은, 또 누님 같은 아늑함과 정겨움이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수예 할머니가 식당을 하게된 것은 33세라는 젊은 나이 때부터라고 한다. 개업한지 불과 석달만에 6.25사변으로 건물이 모두 불에 타 그 잿더미 속의 하꼬방집에서부터 지금의 2층 건물이 들어서기까지, 그리고 30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몸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
하지만 음식 맛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과, 최고학부를 졸업 출가하여 제작기 자리잡기까지 탈 없이 훌륭하게 장성해준 1남3녀의 자식들에게 그저 고마움을 느낄 뿐이라고― 옥천식당을 자주 찾는 손님들은 할머니에게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 오다가다 시래깃국을 안주 삼아 부엌에 서서 마시니 참쌀로 빚은 호랭이술 한잔이 그저 달기만 하여, 세파에 시달리며 배운 조바심은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우선 재료를 충분히 써야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는 지론의 김수예 할머니 밑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은 지금 모두 성공해서 식당을 개업하고 있다. 스스로를 '땡기벌'이라 칭하는 김수예 할머니는 경우에 어긋나는 것은 보지 못하는 성미여서 식당에 들르는 손님이건 누구건 마구 호통치기 일쑤라고.
이처럼 매사에 적극적인 할머니도 달려드는 시간만은 주체못하는 듯 이제 식당을 처분하고 조용히 쉬고 싶지만, 서울에서 함께 살기를 원하는 자식들의 성화에 가끔씩 찾아가 보는 서울생활은 그저 만만치만은 않고, 항상 자신의 식당을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때문에라도 선뜻 그만둘 수가 없다.
내속리면 상판리에서 태어나 결혼후 잠시 옥천에서 생활한 것을 빼고는 70평생을 보은 땅을 지키며 살아온 김수예 할머니는 오늘도 장작불 지펴 무쇠 솥에서 설설 끓는 고깃국을 떠내고 사발에 그득 따른 호랭이술 한잔을 손님에게 권하며 투박한 손맛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