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서정(抒情)
안 효 숙 (산외면 장갑 2구)
2000-10-14 보은신문
순간 잘못된 내 행동에 얼굴이 뜨거워져 “잠깐만… 아줌마가 이 꽃줄께. 이리와봐” 하고는 여자아이들 가리마옆 귀밑머리로 코스모스를 꽂아주고 상의 주머니에도 꽂아주고 내 주머니에 있던 코스모스를 옮겨 아이들에게 몸단장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좋아서 웃고 부끄러워서 웃는다. “우리 꽃 꺾지말자. 아줌마가 잘못했네. 길가는 사람들이 지나면서 보고 도시에서 온 차량들이 달리면서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니? 그렇치? 아줌마가 생각을 많이 잘못했네. 우리 다시는 길에 핀 꽃 꺾지말자. 미안해.” 하니 <&28340>네!” 하고 씩씩하게 대답을 한다.
곁에 있던 사내아이가 “어, 날다람쥐 다”하고 소리친다. 그 아이가 가리키는 손끝을 바라보니 검정색꼬리가 복스러운 날다람쥐 두 마리가 재빠르게 숲속으로 도망가고 있다. 아쉬운 듯 그 숲을 바라보던 한 아이가 “야! 우리 이따 학교 끝나고 저 숲있는 산에 밤 주우러 가자. 거기가면 밤많아. 작년에도 거기서 많이 주웠는걸…” 하고 신나게 말한다.
“그래, 그래”하고 앞서가는 동네 아이들을 바라보니 마음저리도록 청아하고 길고 긴 여정의 코스모스 핀 가을이 익어가는 길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긴 머리를 땋아 내려 방울 끝에 꽂은 코스모스가 잘 어울리는 영비가 돌아보며 “이따 밤많이 주워서 가지고 갈께요. 안녕히 가세요”하고 소리치자 함께 걷던 아이들이 뒤돌아보더니 “저두요. 저두요.” 하고 일제히 말한다.
“그래 고마워” 하고 손을 흔드는 아침출근길. 오늘하루 즐거울 것만 같다.
<정이품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