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고달프다

김주희(보은 이평)

2003-05-17     보은신문
우리 산은 정말 고달픕니다. 몇일전 우리고장 고려 유적지 답사중 높고 깊고 낙엽이 많이 쌓인 산인대 여기 저기 일군 흔적이 있어 처음에는 산 짐승이 다닌 것으로 보았으나 넓은 곳이 밭을 매듯 일구어 놓은 것을 자세히 보니 야생화를 캐어간 자리였습니다.

우리 산은 왜 이리 수난을 많이 겪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방 후 살기 어려울 때는 도벌꾼 때문에 산이 헐벗었고 생활이 나아지면서 정원이나 조경용 소나무 분재용 나무가 마구 채취되더니 이제는 야생화조차 남아나지 않습니다.

작년 강원도 인제 진동리 곰배령에 야생화를 촬영하러 다녀 올때입니다. 곰배령은 5·16후 국토 개발대가 곰배령의 수만평을 밭으로 개간하였다가 후에 경작을 하지않아 지금은 각종 야생화 밭이되어 4월부터 9월까지 계속 꽃이 피는 곳으로 한국에서는 진동리가 야생화 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마을에서 곰배령까지는 약 1시간반 걸리는 완만한 경사 길입니다.

산에는 보기드문 각종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절로 탄성이 나오는데 정상 가까이 오르자 호미로 마구 파헤친 자리가 있어 자세히 보니 초롱꽃과 애기앉은부채를 캐어가느라 수백평 군락지를 훼손시켜놓았습니다. 야생화 채취꾼이 야간에 캐어간 자립니다. 우리군에도 수리티재 정상에서 양쪽으로 산 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전에 있었던 정원용으로 사용하기 좋은 소나무가 다 없어졌습니다.

그곳뿐 아니라, 삼년산성에서 대야리로 내려가는 능선에 있는 것도 전부 없어졌습니다. 도로에서 가까운 위치에 등산로가 나 있는 곳에 수령이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키가 크지않고 보기좋게 생긴 소나무는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들의 수법은 지능적 입니다. 금년에 나무 밑도리를 한 후 흙으로 메우고 낙엽으로 덮어서 파해친 흔적이 없게 위장을 해놓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뿌리 돌림하여 놓은 줄 모릅니다.

나무를 캐어갈 때 걸림이 되는 나무는 가지에서부터 미리 잘라 길을 만들어놓고 1년있다 잔뿌리가 나온 후 캐어갑니다. 캐어낸 자리는 잘 정리하고 낙엽으로 덮어 놓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야생화 중 귀한 것은 국내 어디있든 알려지기만 하면 전부 캐어가기 쉽습니다.

우리 군내도 내가 아는 금낭화 군락지가 몇곳 있으나 알려줄 수 없고 애기앉은부채 자생지를 알고 있으나 자랑을 못하며 아는 분에게 소문내지 말라고 부탁하는 실정입니다. 소문나면 다 없어지니 어디에 무엇이 있다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야생화를 보호하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산에 있는 나무나 야생화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보호하고 지켜야 하겠습니다.

그 하나 하나가 다 우리들 재산인데 소나무도 잘 생긴것은 하나에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까지가고 야생화도 한촉에 천원이상이지만 돈 보다도 산에 이들이 많이 있어 그 자리에 두고 여러사람이 보고 즐길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좋습니까. 개인 욕심에 산에 있는 것을 아무 죄의식없이 마구 캐어가도 안되고 전문 채취꾼이 마음대로 캐어가도록 놔 두어서도 안되겠습니다. 다 같이 감시하고 보살피는 것만이 산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몇명과 경찰로는 우리 산을 전부 돌보기란 어렵습니다. 보은군과 보은 라이온스클럽에서 삼년성 북문인 삼년산성 삼림욕장에 야생화 단지를 만들려고 금년에 시작하였습니다. 가까운 곳에 여러사람이 보며 즐기고 어린이와 학생들의 자연학습 장소가 되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매년 조금씩 면적을 넓여 나갈 계획이랍니다.

작은 일이나 신선하고 좋은 출발아닙니까? 이곳을 많이 찾아 보시고 아끼고 잘 보살펴 주는 것이 우리 주민이 할 일입니다. 이제 더이상 우리 산이 고달프지 않게 관심을 갖고 돌보기를 바랍니다.
산은 우리가 베푼 만큼 꼭 보답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