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전반적인 인식개선 필요

어린이날에 무엇을 해줄 것인가 고민하기보다 그들의 정서세계를 먼저 이해해야

1990-05-05     보은신문
어린이들이 무엇보다도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길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칫 과잉보호, 또는 관심부족으로 아이들을 병들고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자녀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정과 사회의 교육환경이 황폐화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자녀들의 성장속도를 무시하고 무엇이든 더 잘, 더 빨리 할 수 있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조급해 한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아이에게 “오늘 무엇을 배웠니”하고 물어보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의 정서적 건강이나 사회적 적응에 우선하여 더 일찍 경쟁사회에 뛰어들어 남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인생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매년 어린이날이 돌아오면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물질적으로 무엇을 해 줄 것인가 고민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녀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려면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정서의 세계를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군내에 분포되어 있는 탁아소로는 사설탁아소 1곳과 군에서 운영하는 보은 종곡탁아소, 내속 중판탁아소, 탄부 대양탁아소, 수한 거현탁아소, 산외 원평탁아소와 보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2곳으로 모두 8개소가 있다.

이중 군에서 운영하던 탁아소는 작년 10곳에서 5곳으로 줄고 이에 따라 탁아소 인원도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군에서 운영하는 탁아소는 농번기인 봄철과 가을철 2회에 걸쳐 1달씩 운영하지만 보모를 구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고 군 관계자는 말한다.

이에 반해 금년 4월에 문을 연 사설 탁아소는 월요일∼토요일까지 돌봐주고 있는데 일종의 가정탁아소로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

사설탁아소로 문을 연 ‘예쁜놀이방’탁아소 김정호 소장은 “탁아시설을 꾸며 아이들을 돌보는게 목적이지만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도움이 될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장성해서도 사회생활에 있어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며 “탁아소에 맡겼다가 저녁에 아이들을 데려갈 때 만이라도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혜택보다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대화와 놀이 상대를 해주는 등의 정신적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마을 유아원은 군내 6곳에 분포되어 있고 취원율은 작년에 2백57명에서 금년 2백22명으로 줄었고 유치원에 들어가기전인 3∼4세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내북 새마을유아원 이성숙교사는 “요즈음에는 부모가 도시로 이사하는 바람에 아이들도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남아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이사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치원의 경우는 4∼5세의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고 있으며 군내 국민학교병설유치원 24곳과 사설유치원 1곳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들 국민학교 병설유치원은 읍내 거주하는 유치원생의 부모들과 벽지초등학교 병설유치원생의 부모들이 기울이는 관심의 농도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은읍내 거주 국민학교 병설유치원생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에의 관심이 높아 과잉보호의 우려를 낳고 있는 반면, 벽지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아이들 부모는 대체적으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게 아이들을 담당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의견이다.

보은 삼산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송석희 교사는 “유치원생들의 대부분이 유치원 수업을 마치고 사설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아이들이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면서 학원을 기피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학원을 안가겠다면 굳이 강요하지말고 몇 주라도 쉬었다 보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을 많이 받으면서 자란 아이일수록 자기 의사표현능력이 풍부하고 너무 과잉보호로 키운 아이의 경우는 수줍음을 많이 탈뿐 아니라 자기 옆에 엄마가 있어야 안심하는 기색을 보인다고 송 교사는 지적한다. 특히 아이들의 일거리를 부모가 다 알아서 해주는 태도는 지양하고, 아이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그 일을 다소 못하더라도 칭찬을 해주며, 말을 안들을 경우 설득을 통해 자기 장난감 정리 등을 하도록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로 소여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전효숙 교사는 “시골 벽지의 부모들은 대체적으로 아이들에게의 배려가 부족해요. 좀 더 성인보다는 아이들 중심으로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사는 “아이들의 표정이 대체로 밝지만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서인지 야단을 맞거나 의견이 묵살당할 경우 아이들이 의사표현면에서 부자유스러운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탁아소, 유아원, 유치원이 없는 곳의 아이들과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방치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교육적 혜택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아이들이 가지는 고랍감은 결국 자학 또는 공격성으로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헬무트 박사는 원숭이를 어미로부터 격리시켰다가 복귀시킬 경우 3개월 격리는 성격적인 공격성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어린시절 어머니와 가족과의 불충분한 접촉이 유아의 사회성 발달과 인격형성에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들의 말대로 6세 이전에 이미 성격이 형성된다고 볼 때 가정의 공동화(空洞化)와 조기 경쟁사회 돌입, 부모들의 지나친 과잉보호, 무관심등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리라고 본다. 우선 질서를 무시한 개인주의, 정서불안에 의한 즉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 일관성과 의지력의 부족, 이해와 애정결핍, 책임보다 자신의 이익과 권리에 대한 욕구가 팽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 유아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개선과 제도적인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모와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사회적인 공통 추세라면, 그 공백을 위탁기관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제공 등 질적인 향상을 통해 메꿔줘야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녀를 훌륭한 성인(成人)으로 기르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이다. 자녀가 부모를 닮고자 노력할 정도로 부모는 자녀 앞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