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의 짝 사랑
김홍춘(편집국장)
1996-03-09 보은신문
군수는 잔뜻 화가 나서 하인에게 사정없이 매질을 가하면서 말했다. "오리 한 마리가 모자란다. 만약 짝을 채워놓지 않으면 내일 중으로 너를 죽이겠다" 이러자 하인은 그날 저녁 다시 한마리를 잡아 먹었다. 이튿날 군수는 한쌍, 두쌍, 세쌍, … 다시 오리를 세어 보더니 마침내 짝이 맞은 것을 보고 군수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형벌은 꼭 필요한 것이구나. 어제 매질을 했더니 오늘 오리의 마리수가 제대로 들어 맞는구나, 참으로 신기한 일이구나"하며 감탄을 했다고 한다.
한 고을에 이러한 군수가 있다면 그 고을에 백성들은 참으로 불쌍하기 그지 없겠다. 가정이 올바르게 유지 되려면 그 가정의 가장 역할이 중요하듯이 사회 역시 각부문별 지도자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 한다 하겠다. 우리는 지난 6·27 자치선거에 의해서 지역의 일들은 지역민의 뜻에 따라 해결하는 자치원년의 시대를 시작하면서 군수와 함께 의회의원들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선출했다.
당선의 영광과 흥분도 이제는 가시고 모든 지역민들은 이들의 역할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나 그들이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들의 가시적인 면에서는 실망감을 주고 있는 부분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옛부터 한 고을의 책임자를 수장(首長)이라 호칭하여 그들을 머리로써 존경하며 따랐다. 사람 인체중 머리의 역할이란 각 신체 부분마다 지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으로써의 모든 활동을 이루게 한다. 머리의 명령과 신체의 작용이 각기 달리 움직인다면 가히 상상치 못할 일이 생길 것은 뻔한 이치와 같이 한 고을의 군수와 직원간의 조화와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없다면 그 여파는 바로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줄 것은 뻔한 일이다.
우리 주민들은 우리가 선출한 군수는 적어도 지역을 위한 모든 일에 힘있는 군수가 되어 주길 바란다. 수장으로써 직원들의 장악력이나 주민들이 원하는 조직의 개편이나 감축 등 지역 실정에 맞는 예산 운영을 하므로, 적어도 차기를 생각해서 직원들의 눈치나 보신주의로 임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면 주민의 복리나 지역 발전을 위해서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취임초기에 의욕을 갖고 시작했던 사업들이 몇몇 직원들의 무사안일적행동과 이기적인 벽에 부딪쳐 진행되지 못한다면 선출해준 다수의 주민들은 등을 돌릴 것이 뻔하다.
관선시대의 군수는 거쳐가는 자리일망정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보도(寶刀)로써 활용하므로 일사불란한 직원 장악력을 행사했다. 자치시대의 군수는 가문과 개인에게는 큰 영광이 될 수 있으나 지역민들의 복지를 위해서 얼마만큼 헌신 노력했는가에 따라 후대의 지역역사는 그를 평가할 것이다. 사사로움 없이 주민들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다 오는 착오는 관대히 포용하며 이해할 수 있으나, 다음을 생각하며 모든 일에 구태의연 하다면 개인의 영광과 가문의 영광은 모두 물거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고로 지도자의 최소 자격으로 튼튼한 몸(身), 올바른 말을 할 수 있으며(言), 바른 글을 쓸줄 알며(書), 매사에 분별력과 판단력(判)이 있어야 한다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선대님들은 말씀 하셨다. 이제 우리 주민들 모두는 우리가 선출한 군수가 조상 덕분으로 군수가 된 짝수 오리만 헤아릴 줄 아는 어리석은 군수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힘있는 군수가 되어주길 바란다.
<데스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