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Buen C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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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Buen Cmino)
  • 박태린
  • 승인 2019.10.17 08:5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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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남과 이별의 까미노

산토 도밍고로 들어오는 길 초입은 양쪽으로 넓은 들판이 있었고 나무 한그루 없는 긴 길엔  바람이 세찼다. "Very windy~!" 바람에 비틀 거리는 나를 보며 텍사스에서 온 외과의사라는 남자가 외쳤다. "그래요.바람이 대단하네요~!" <산토 도밍고>를 입성하는 길엔 거센 바람이 순례자들을 맞아 주었다.

생쟝에서 시작, 아홉번째인 이 도시에서 오늘 은 지내게 될 것이다.

  순례길 중에서 가장 힘들다는 피레네 산맥 아래 위치한 오리손 산장으로 향하는 언덕길에서 나는 <신아리랑>을 흥얼거렸다. 숨이 턱까지 차서 노래를 잠시 멈추자 뒤에서 와르르 박수가 터졌다.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온 식물학자이면서 철학 교수를 지낸 70대 아란, 서아프리카가 고향인 60대 초반 흑인 마마드, 핸섬한 40대 중반의 로만손 일행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특히 아란의 아들 두명은 <파리 소년 합창단원>이었었다고 자랑을 했다.

서울서 온 아동작가와 나까지 합친 다섯명의 일행은 <론세스 바예스>까지 잘 어울려 다니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특히 남한과 북한의 이질적인 관계에 대해서 나름대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관심을 보이면 보일수록 왜 그런지 나는 편하지 않았다.ㅠㅠ

 마마드는 185cm키를 가진 아란의 다리가 길어서 보조가 맞지 않는다고 툴툴거리면서 나를 기다려 주곤했다. 50일 예정으로 런던에서 아웃한다는 아동작가 선생은 잘 걷지를 못해 피레네 산 정상에서 먼저 가라고 우리에게 미리 작별을 고했다.

그 후, <헤밍웨이>가 사랑해서 오래 머물며 글을 썼다는 스페인의 문화도시 팜플로냐에서 놀고 있다는 카톡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나도 몇일 더 머물고 싶은 곳이었는데 그 곳에서 놀고 있다니, 그녀답다.^~^♡

누군가 그렇게 떠나가면 또 다른 누군가가 찾아 든다. 일에 지친 사람은 자신을 찾아 쉬어가고 삶이 어지러워 정리가 필요한 사람에겐 질서를 찾을수 있도록 생각할 시간을 주는 까미노.

그날 역시 열심히 팜플로냐를 향해 걷다가 얼굴도 옷도 까만 색깔인 한국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서강대학교에서 신학을 강의하시고, 현재는 안식년을 보은 예수 수도회에서 지내고 계신 이규성신부님 이셨다.  보은에 계신 신부님을 이곳에서 뵌 것도 신기한데, 바로 어제까지 나는 이 분께 두 번이나 신세를 지게 되었다.

  첫 번 째는 약 28Km를 걸어 탈진 상태인 내가 <로그로뇨>라는 곳에서 어딘지 모르는 장소로 배낭을 찾으러 가야만 할 때 였다. 두 번 째는 <로그로뇨>에서 <나헤라>지역의 숙소로 배낭이 도착하지 않고 오리무중이어서 애를 태우고 있을 때였다. 내 SOS 카톡 문자를 받고 일행들을 두고 500m를 달려 와 주신 것이었다.

영어를 모르는 알베르게 직원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겨우 의사 전달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산티아고를 향해 열려 있는 까미노는 친구 한 명 없이 걸어도 순수한 자연 풍경이 마음을 채워 준다고 할 만큼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마음이 채워질까?

  지금 내겐 같이 걷고

있는 두명의 친구가 있다. 모두 부산 출신으로 미국에서 10년간 살다 온 조현옥씨가 산티아고 800킬로 걷기에 도전한 이유는 너무나 쇼킹하다못해 웃음이 터진다. 그런데 진지하다. 바로 다이어트를 위해서..ㅋㅋ

 일본에서 10년 살다 온 김성희씨는 다이어트용으로 하루 평균 25Km를 열심히 걷고 있는 조현옥씨 뒷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라나?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내가 봐도 확실하긴 한 것 같다.ㅎㅎ

 거의 언제나 나는 한시간정도 일찍 알베르게에 도착하고 조현옥씨 뒤엔 기진맥진한  김성희씨가 따라 들어온다. 이런 저런 이유를 안고 우리는 오늘까지 238Km를 걸어왔고 앞으로 532 Km 를 걸어 야 한다.

  신앙을 위해서 혹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왔다 한들 무엇이 다르랴. 배낭이 무겁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어떤 20대가 들려 준 한마디, 어떠한 상황에서든 까미노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찰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는 뜻이 아닐까?

"처음엔 배낭이 무거웠지만 지금은 배낭의 무게보다는 생각의 무게가 더 무거워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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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한 2019-10-17 14:46:23
매번 연재 잼있게 읽고 있습니다. ^^
마치 현장에서 직접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걷고 있는 착각이라도 할듯 생동감있는 설명 감사드립니다.
저도 산티아고 순례길 떠나보고 싶어지네요..

염규원 2019-10-20 23:50:28
무거운 생각은 마음의 짐은 절반으로! 가볍게 돌아오시길 바래요. 야곱의 순례길 완주 기원합니다

김혜진 2019-10-21 09:48:03
작가님 글을 읽으면, 금세 글속에 푹빠져서.. 마치 생생한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같습니다.
이억만리 타국에서 이렇게 멋진 체험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연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 칼럼도 필독!!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