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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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6.07.2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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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을 지난 이야기이지만 딸애가 스마트 폰을 가지고 와서는 이것을 쓰시라며 내민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것도 괜찮은데 왜 바꾸느냐고 하였더니 스마트폰은 인터넷을 비롯해서 기능이 다양하여 여러모로 편리하다면서 사용법을 알려준다. 전화나 문자 보내는 것 등 기본적인 것은 다를 바가 없고 인터넷은 컴퓨터가 있어 별 로 쓸 일이 없을 것 같고 하여 오히려 가지고 다니기만 불편 할 것 같다고 하였더니 케이스를 열어 보이면서 신분증과 카드 그리고 몇 장의 현금도 넣을 수 있으니 지갑 삼아 가지고 다니라기에 기왕 가지고 온 것이고 또 새 것에 대한 호기심도 조금은 있어서 못이기는 체 받아 두었다. 그런데 가지고 다니다 보니 지갑만큼이나 커다란 스마트폰이 요즘 같은 여름철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여자들이야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휴대폰이 좀 크고 무거워도 괜찮겠지만 또 나도 다른 철에는 양복이나 점퍼를 입고 다니니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그렇게 불편한 줄을 몰랐는데 여름날엔 특별한 자리가 아니면 가벼운 바지에 반팔 상의나 T셔츠를 입게 마련이니 딸아이 말대로 요즘 누가 카드 쓰지 현금 가지고 다니느냐 해도 현금 얼마는 가지고 다녀야 마음 편한 내 습성으로는 지갑도 버릴 수 없어 가지고 다니다가 지난달엔 이런 일도 있었다.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문화 탐방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올 때 청주 공항에 내려서 집에 오는 버스를 타고 막 출발 하려는데 일행 책임자가 내게 전화를 넘겨주며 받아보라기에 받아보니 공항 사무실이라며 신분을 확인한 뒤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았느냐고 하기에 주머니를 뒤져보니 지갑이 없다. 바지 뒷주머니 단추를 채우지 않아서 비행기 좌석에 빠진 모양이다. 신분증은 스마트폰 케이스에 있어 지갑 안에는 카드와 현금이 조금 있었을 뿐인데 항공기 좌석 번호로 내 신분을 알았는지는 몰라도 지갑을 찾아 준 승무원에게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다. 그래서 이 일이 있고 부터는 넣을 주머니도 마땅치 않아 될 수 있으면 지갑은 안가지고 다니는데 그래도 스마트폰만 가지고 다닌다 해서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전에 쓰던 작은 폴더 폰 생각이 날 때가 많아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알아 볼 수 있기에 다시 바꿀 마음도 없으니 이 또한 야속한 마음이 아닌가 싶다,
오늘 아내가 정기 진료를 받는 날이다. 이른 예약 시간 때문에 급히 서둘러 나오느라고 휴대폰을 깜박 잊고 말았다. 다른 볼일도 보고 가려면 오후 늦게 나 집에 돌아 갈 터인데 그 동안 어떤 전화가 올는지 조바심이 든다. 나야 필요하면 남의 전화를 빌려 써도 되지만 다른 이가 내게 할 말이 있어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하면 그 것도 미안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소경이 밤길을 걸을 때 남을 위해 등불을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처럼 요즘은 휴대폰도 남을 위해서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도서함에서 잡지 하나를 꺼내 뒤적이노라니 “너 없이는 못 살아”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어느 연인들의 이야기인가 싶어 읽어보려는데 갑자기 스마트폰 생각이 난다. 왜 갑자기 스마트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가지고 오지 않은 잠재적 불안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야기 내용은 예감과는 달리 요즘 커피가 전 세계적으로 기호품이 되어서 너 없이는 못 살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런데 너 없이는 못 살아 하는 것이 어디 커피뿐이랴, 아무리 금연을 권해도 애연가들에게는 담배가 그럴 것이고 애주가들에게는 술이 그럴 것이고 예전에 주부들에게는 라디오가 그랬고 지금은 TV가 그럴 것이고 자동차도 그럴 것이고 컴퓨터도 그럴 것이고 또 사람에 따라 다른 것도 있겠지만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이 그럴 것 같다.
그대 없이는 못살아. 나 혼자서는 못 살아, 헤어져서는 못 살아, 떠나가면 못 살아 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마는 커피 이야기처럼 너 없이는 못 살아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 어느 물질에 대한 것이라면 이는 중독 증상의 표현인데 중독도 지나치면 병이라서 그냥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기에 그래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가보다.
집에 돌아와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몇 통의 전화와 문자가 와 있어 전화를 받지 못한 사실을 이야기 해 주고 양해를 구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다.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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